여러가지 이유로 힘이 안나는 하루하루다.
토요일 노 전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도대체 어디가 꿈이고 현실인지를 구분 하지 못하게 했다.
정말? 내가 아직 꿈을 꾸고 있나? 잠이 덜 깬건가...
병원 실습 첫 일주일 동안 또한 여러가지 이유로 잠도 못자고,
정신적 스트레스까디 더하여 매우 피곤했었기에,
모처럼 아침 늦게 까지 잤는걸, 서거 소식은 나를 다시 피곤하게 만들었다.
짤막한 유서를 남기고 등산 도중 바위에서 몸을 날렸다고 한다.
마지막 경호원과 나눈 말은
담배 있나? 였다.
경호원에게 가진 것이 없었기에 가지고 온다고 하였으나
그냥 두라고 했다고 한다. 뭐 인터넷에 이렇게 나오더라.
오늘 아침 또한 병원에 나갔다.
병동 곧곧에서 티비를 통해 노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막 C교수님과 회진을 하기 전 오랫동안 입원해 계시던 환자 한 분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첫 주에 J 교수님과 실습을 했기 때문에 C교수님 환자였던 그 분을 자주 볼 기회는 없었다.
다만,,,
저번주 금요일이었다.
이른 아침 교수님과 회진을 돌기 전
레지던트 쌤들과 미리 회진을 도는 중이었다.
호흡기를 쓰고 계시는 한 환자 분이
아주 간절한 눈빛으로 우리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학생이고 나에게 말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그 눈빛을 애써 피하며 레지던트 쌤에게 말을 해보라고 눈 짓을 했다.
그 분은 우리에게
호흡기를 쓰고 계신데다
말씀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상태였기에 잘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손가락으로 한개 펼치며
아주 쉰 목소리로 하신 말씀은
담배 한가치만,,, 이었다.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해 계시는 분이기에
담배는 어찌보면 독약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 분은 레지던트 쌤 두 분, 나를 포함한 학생 네 명 모두에게
번갈아 하며 간절한 눈빛으로 담배를 구했다.
옆에 있던 간병인은 의사쌤들한테 좋은 약을 주라고 해야지
담배를 달라고 하냐며 기분 좋게 타박했다.
하지만 그 환자분은 간절한 눈 빛을 거두지 않은 채
계속해서 담배를 구했다.
나는 옆에 있던 조원들에게
담배있으면 한 대 드리고 싶다며, 소심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그 병실을 나오면서도 담배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조원들 중 누구는 교수님 한테 걸리면 혼날 꺼라며 안된다고 했다.
교수님 몰래 드릴 순 없을까? 담배 피면 냄새나고 티가 나겠지?
짧은 시간 담배를 구해올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다음 환자를 보기 위해 아래 층으로 내려가며 금새 잊어버렸다.
담배를 왜 주지 못했을까?
신입생 시절 나는 학교 봉사동아리를 통해
하반신 마비가 있으신 아저씨를 주기적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분은 우리가 오시면 휠체어를 타고 외출을 할 수 있었기에
우리를 좋아했었다.
우리를 좋아했던 또 한가지 이유는 밖에 나가면 담배를 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그 분을 만나던 날,
휠체어를 끌고 동네를 산책하다가 수퍼 앞을 지나갈 때
담배를 태우고 싶다고 하시길래
(난생 처음이었을까?) 담배를 사서 한 가치를 드렸다.
그리곤 다음에 가져올께요 하고 나머지 담배는 가져왔다.
그 담배는 기숙사 책상 서랍에 넣어 놨었다.
그리고 나선 담배 때문에 고민이 되서 교수님과 상의해 보았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안 드리는게 좋을거 같다고 얘기 하신거 같다.
그 다음에 그 분을 뵙게 되었을 때 물론 담배는 가져가지 않았다.
그 분은 적지 않이 실망을 하신 듯 하다.
몇 주가 지나고 나서는 에라 모르겠다. 담배를 마음놓고 태우게 해드렸다.
하지만 처음 나에게 실망한 이후로 한 학기 동안 찾아 뵜지만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다,,,
2학년이 되서는 다른 후배들이 그 분을 방문하게 됐고, 나는 다른 분을 방문하게 되서
그 이후로는 뵙지 못했다.
시설에 들어가시고 싶어 하셨는데 잘 안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던거 같다.
서랍에 넣어둔 그 담배는 어떻게 됐을까?
애석하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동기 중에 담배 피는 형에게 드렸던거 같기도 하고,,,
다시 돌아와서,,,
난 왜 담배를 드리지 못했던 것일까?
주말을 쉬고 다시 병원에 갔을 때
호흡기를 쓴 채로 아주 쉰 목소리로 간절하게 담배를 구하던 바로 그 분은 돌아가시고 없었다.
아주 무딘 감정으로 던트 쌤들이 강OO님 돌아가셨다고 하셨다.
내가 잘 못들은 건가 확인하고 싶었지만,,,
거기서 끝이었기에 다시 물어 보기가 좀 그랬다.
하지만 잘 못들은건 아니었다.
돌아가셨다.
실습 첫 주 부푼 맘을 가지고 병원을 누볐으나
돌아오는건 교수님의 인격적 모독 뿐 이었다.
물론 기분이 나쁘거나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난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에,,,
흰 가운이 주는 위력은 대단했다.
학생인걸 밝히기도 하고,
환자분이나 보호자분이 학생인 걸 알기도 하지만
누구나 날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또한 환자분께 얘기를 청하면 잘 얘기해 주신다.
덕분에 나는 C교수님 환자 J교수님 환자 가릴 것 없이
얘기 나누고 청진해 보고 맘껏 의사인 양 병원을 누볐다.
근데 강OO 환자 분 께는 찾아가지 않았었다.
이유는 그 분이 말씀을 하시기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환자분의 병력을 청취하는 걸 목적으로 했었기에
말씀을 충분히 잘 하실수 있는 분들 위주로 찾아 뵜던 것이다.
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아, 슬프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검은 타이를 매야겠다.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난 타이를 맬 줄 모른다.
형에게 검은타이를 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영안실에 한 번 가봐야 겠다. 몰래,,,
담배 한 가치 드렸다면 어땠을까?
진심으로 아쉽다,,,
담배는 어떤 맛 일까?
조금 궁금해졌다,,,